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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이야기

[공포] 영화 촬영중에 나타난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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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스물 다섯였던걸로 기억해

 군대 전역 후 복학하기까지 남은 반 개월가량.

 군대에서 배운 찰진 근성 하나로 뭔가 알바라도 해야겠다, 다짐 했어.

 

마침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우리 형의 친한 친구가 영화판에서 미술감독 일을 하고 있었드랬지..

 당시엔 풋내기였지만 지금은 영화판에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꽤 거물급 미술감독이 되어있어.

 

그렇게 형의 소개로 영화미술 알바를 하게 된거야..

 참고로 당시 난 미대생였거든..

  

나름 대학 내에서도 한 미술?? 하는 나였던데다가, 군대까지 전역했으니,

나의 열정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미술감독의 지인이라는 낙하산까지 붕~~ 타고 내려왔으니

꽤 중책들을 맡아서 하게 되었지..

 

미술감독 부재시에는 간단한 일들은 대리로 처리하기까지 했어..

 

영화 촬영당일...

준비 된 소품들을 꾸리고 촬영장으로 향한 우리는 순간 오는 멘붕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

 공포영화인건 알았지만 폐교를 통째로 빌려서 촬영을 하기로 했던거야.

 

불필요한 미술팀 일부는 빠져나가고,

혹시나 소품에 결함등이 생길걸 우려해 미술팀중엔 나만 촬영장에 남아 대기를 타고 있었지..

 절대 여배우 보려고 남은거 아냐!! 절대!!

 

건물 3층 아님 4층 복도였을거야..

여주가 복도를 걷고 있으면 반대변 복도끝에서 귀신이 나타나서 쫓아오는 뭐 그딴 씬이였는데,

젊고 수더분해 보이지만 카리스마 쩌는 감독님이 말하더라고

 

"핸드헬드"로 갈꺼니까 촬영하고 조명남고는 다 계단에서 빠져라!!

 

참고로핸드헬드는 카메라를 들고 같이 뛰면서 촬영하는 기법으로

주로 전쟁영화에서 긴박한 현실감을 더 주려할 때 종종 쓰는 기법이야..

 우리 필버그 형님이 라욘일병구하기에서 이 기법으로 대박을 내셨지!!

 

암튼 스탭 일부는 빈교실에 짱박혔고 촬영, 조명팀은 감독 조감독 빼고는 죄다 1층으로 내려갔어..

 

 난 은근쓸쩍 감독님 물건이랑 소품을 양손 무겁게 한 채 감독님 뒤에 서있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배우 한번 더 보기 위해 남았던건 아냐...감독님께 배울게 많은거 같았거든

  

감독님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어,,

 

"야 xx야 준비됬냐"??

 

xx는 조감독 이름!!

반대편에서 싸인이 보내지면 늠름하고 씩씩한 우리의 귀신님을 출동시키는 중책을 맡고 계셨지.

 

하지만 무전기에선 치지직 거리는 회신만 있을뿐, 조감독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더라고..

 

“야 신발러마 준비 됬냐고”!!

 

터프하신 감독님!!

 

계속 무전기는 치칙거리고 있었고 그 잡음 속에 아주 짧게 대답소리가 들려왔어.

 

“네..키키킥.크키키키"

 

“좋아 가자!!

 

감독님의 외침이 떨어지자 준비하고 있던 여주는 복도 저편으로 서서히 걸어갔고,

조명하고 카메라 감독님만 그녀를 따라갔어...아주 서서히...

 

여주가 복도 중간쯤 다다랐을까,

다시 감독님이 들고 있는 무전기에서 짧게

 

“키키키”

 

하는 쇠긁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맞은편 복도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역할 배우님께서

얼굴을 살짝 내밀고는 씨익 하고 웃는거야..(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어)

 

그러더니 이쪽으로 기어오는데 한쪽 팔과 다리는 벽을 집고...

나머지 팔과 다리로는 바닥에 의지한채더군..

 짧은 순간였지만 난 속으로 감탄했어...

 

와 디테일 쩐다.. 어떻게 저런 자세를 생각해냈지...감독님 천재!!’

 

여주는 비명을 지르며 감독님과 내가 서있는 계단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카메라 역시 그녀를 쫓아뛰더군..

우리 바로 앞을 지나 여주가 계단을 뛰어내려가자 반대편에서 오던 귀신배우님도 이젠 일어서서 뛰어오더군..

 

이미 카메라는 내려갔으니 귀신배우님 궂이 뛰지 않아도 되는데

열심히 달려와서는 우리를 향해 한번 씨익 웃어보이고는 계속 뛰어내려가더군..

 

 마치 놀이동산 온 여중딩같은 표정?

 

 뭔가 굉장히 신나보이는 얼굴이더군..

  

거두절미하고 내가 알기론 보통 영화촬영때 끊어서 하고 나중에 편집하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한씬이 정말 너무 리얼하고 자체가 영화같더라..

 

우리 감독님은 마치 서양 야동에서 나오는 주인공마냥 오예 오예를 연발하시며 담배를 한 대 꺼내 무셨고

난 불을 붙여드릴려고 라이터를 찾고있는데.......

 

그때...바로 그때..1층에서 여러명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거야...

 그 비명소리에 나랑 같은층 빈교실에 짱박혀 있던 스탭들도 뛰어 나오고,,,

감독님은 무전기에 대고 “왜그래...무슨일이야”하며 천천히 내려가셨어..

 

물론 나도...내려왔더니 가관이더군..

여배우랑 여자 스탭들 서로 끌어안고 울고있고..남자들은 넋이 나가있는거야..

  

자초지종을 듣고 감독님하고 나 그리고 위에서 대기타던 스탭들 죄다 다시한번 멘붕...

 

내용은 이래...귀신역할 단역배우가,,,늦게온거야...

출연하는 씬이 적어서 원래 좀 늦게 오기로 하긴 했지만,

예정보다 많이 늦은거였구, 조감독은 심하게 꾸지람을 하고 있었던거..

 

다시말해 같은 층 반대편 계단엔 조감독하고 귀신배역 배우는 아예 없었더라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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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인데 배우들이 촬영 거부하는 바람에 폐교씬은 취소됬고,

그냥 시골 공터에 셋트장으로 다시 만들어서 촬영했어,,,

 

덕분에 촬영은 두달 가까이 늦어졌고...

  

그나저나 우리가 본 그여자....

 

 다른 건 모르겠는데,,

 

왜 감독님과 내쪽을 보면서 씨익 웃고 뛰어 내려갔을까???

  

쓰고보니 재미 없는듯...표정 섞어가며 이야기로 들려줌 더 잼나는데....

  

믿던말던 자유지만 쌍욕은 하지말자...

  

형 나이 많거든!!!

  

그냥 몇 년동안 눈팅만 하다가 너무 잼난 이야기들 많이 읽구...

조금은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내 경험담들 좀 준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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