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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이야기

[공포]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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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어. 


내 방 창가에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는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날 돌아봤다. 


하얗고 예쁜 아이였어.


날보고 씨익 웃더니 손을 내밀어 창밖을 가리켰어 
그곳은 그 집의 정원이 그대로 보였는데 어느새 그 애는 그곳에 가 있었다.

제일 큰나무 밑에 서서는 날 향해 크게 손을 흔들더니

서서히 모습이 사라져 갔어.


이상하게도 그상황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였다. 
그렇게 잠에서 깨니 동틀 무렵이였고 이왕깬거

아침이라도 준비하자 싶어 주방으로 갔다. 


서툰 솜씨라도 내가 받은 그 은혜, 미안함 갚을 마음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깟걸로 어림도 없지만 할수있는 선에서

뭐든 도움이 되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것 같았으니까 

아줌마는 아직 안일어난듯 했다.

일어나 마실 물 한잔을 들고 아침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노크를 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살짝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안 그곳을 밝히는 등과 초들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와 무구들 그녀가 진짜 무당이라는게 실감났다.


순간 등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고 방을 엿본게 매우 불쾌했는지 혼을냈다.

그렇게 화내는것도 처음봤지만 서운한 마음도 들어 눈물이 찔끔났다. 


그래도 내 잘못이니 사과드리고 식사드시라 하곤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깐 미안했다며 요즘 예민해서 그런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신당이 있는 이유는 이제는 선월같은 무당이 된 것

친가쪽의 조상신을 모시는 만신이 된 것 
삼산돌기? (라고 했던가 부모님쪽 뿌리 본인 뿌리의 고향을 찾아

조상을 받고 뭐 그런거라는데 잘 기억이 안남)며 내림까지 하는데

며칠이 걸렸고 나머지는 장군 할머니께 신령님 모시는 방법 등 
무속인으로써의 자세를 배우고 산에 들어가 기도하고 뭐 그런것을 하느라

이십여일 걸렸다며 집에 돌아오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고

나에게 얘기할 준비가 안되있는 상황에서 내가 몰래 엿본게 
좀 당황스럽다 보니 화를 낸거 같다며 오히려 사과했다.


그런 그녀를 보니 더 미안해졌어 다 알고있었지만 
본인 입으로 나에게 그 말을 하는게 더 가슴 아팠다.


난 조심스레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어째서 갑자기 내림을 받으신건지 그 이유 알아도 되겠냐고 말이야 

아줌마는 잠시 놀란것같더니

다 알고있었냐는 표정으로 숨김없이 얘기해주마 했다. 


나를 만나기 며칠전 꿈을 꿨는데

작은 나비가 하나 집으로 날아들더란다

나비는 날개가 반쯤 꺾여서 버둥대며 아줌마 발 앞으로 떨어지길래

조심스럽게 들어 손바닥에 올려놨더니 금새 날개가 펴지며 날아가더라고 
나비가 가는걸 한참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토록 보고싶어도 단 한번도 꿈에 나오지않던 죽은 딸이 앞에 서있었데.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길래 너무 기뻐 안아보려 하니 사라졌고

잠에서 깼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고 며칠후 뭐에 끌리듯 목욕탕에 갔고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된거라고. 


처음엔 내 모습을 얼핏보고는 그녀처럼 기구한 운명인지 알았는데

전혀 영에 밝은 타입이 아닌데다 그것의 기세가 굉장해서

분명 원혼귀라 생각했는데 몸 안의 울림도 같은 생각이였는지

쉴세없이 곧 죽겠다 라고 되뇌였다고.. 

기도 굉장히 약해서 거의 그것의 아우라로 덮여있어

한눈에 봐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였는데도 생각보다 내 경계가 심해서

어짜피 필연이면 분명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에 보냈는데 
몇시간도 채 되지않아 만나는거보니 니가 나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데.. 


내가 생각보다 순순히 따라와줘서 어찌 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그녀도 앞으로 어째야할지 난감했다고.. 

그리고 그날밤 꿈에 딸이 나와서는 우는 그녀를 가만히 보더니

자기가 죽은건 명이 다해서 간거니 그만 슬퍼하라며 달래더란다..

억울하게 요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한 모습에 계속 슬퍼하고 
힘들어해서 딸이 극락왕생 하지 못했던거 같아 이제 그만 힘들겠다 다짐했단다. 


딸은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응원했고

주먹 쥔 손으로 뭔갈 건내주었는데 그때의 나비였다고 


엄마가 지켜줘야해 그래야 우리의 업이 풀리는거야


라는 말을 남기곤 잠에서 깼다고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습한 기운과 악취같은게 나서

헐레벌떡 내 방으로 달려왔는데 나는 몸이 얼어붙어 있었고 
그것이 모습을 본 순간 내 몸에서 분리되서 나온 모습은

엄청나게 큰 머리카락 뭉치처럼 생긴 원귀였는데 
꽤나 양기를 먹어서 그런지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모습이 갖춰지진 않아 
적당히 쫒을수는 있었다고.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고 정식으로 제를 지내거나 구명시식이라는걸 하기에는

그녀가 역부족이여서 제대로 만신이 되질 않으면 도울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할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딸의 의지가 한몫 한거지 
내가 불쌍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아니니 부담갖거나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딸의 말처럼 얽힌 업을 풀기 위해서니까.. 

순간 내 머릿속은 스친건

지난밤 꿈에 나온 하얗고 여리여리한 소녀의 모습이였다.

아줌마에게 꿈 얘기를 하며

혹시 딸의 모습이 이러이러하냐 하니

거의 흡사하다고 했다. 


살아생전에도 많이 먹여도 살이 안찌고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이여서 불면 날아갈까 화초처럼 키웠다고 
항상 하얗고 매끈한 얼굴로 엄마하고 뛰어와 안기곤 했는데 
한팔에 쏘옥 들어올 정도 였다고 하는 그녀의 두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아줌마의 딸이

어째서 인지 모르지만 날 도와준다고 하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그땐 아줌마의 말도 다 이해하지 못했었고

이런 상황들이 신기하고 내가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느낌에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것 같다. 


도대체 그 업이란게 무엇인지 지금도 나는 모른다. 


전혀 연고도 없는 사람들끼리 인연과 필연이라는걸로 얽혀 사는것도 신기할 뿐이고 

정오가 다 됬고 선월이 왔다.

그녀와 나는 얘기를 나눈후로 묘하게 더 돈독해졌고

선월은 비상한 눈치로 우리의 얘기가 오갔다는걸

알고있는다는듯 싸인을 보냈다. 


아줌마는 신당 관리로 분주했지만

절대 나에게 심부름이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에

선월과 나는 방해될까 싶어 장이라도 볼겸 외출했다.


가는 길에 지난밤 그것을 못보고 아줌마의 딸에 관한 꿈을 꿨다 얘기하니 
장군 할머니의 도움이 크다 라고 했다.


그 할머니의 호령 한마디면 왠만한 영가는 벌벌 떨 정도로 
무서운 장군님을 모시는데 잔챙이들은 위협 한번으로도 떨어져 나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의식 없이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도움줄수 있는건

아줌마와 내가 준비될때까지 힘을 빼놓는것 뿐이라고
아마 며칠은 잠 잘 잘거라며 웃었다.


지금도 그때도 무속이라는 것은 이해가 도통 되질않는 어려운것이다 
역시 그 속까지 알려면 직접 무속인이 되는 수 밖에. 

선월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

마침 선월의 집에 가던 그 술집 언니였지. 


한참 선월과 얘기를 하더니 자그만 보따리를 주고 돌아가길래

무슨일이냐 물었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가게 다시 잘된다고..

한군데 더 확장해서 떡이랑 음식한거 주려고 왔다고 하더라. 


선월은 내 생각보다 더 영험한거 같았어..

그나저나 그 언니는 뭐하러 이 먼곳까지 왔을까 생각했는데 
아마도 선월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몇번 못봤지만 하는 행동이며 말투며 
그런곳에서 일을 하니 그럴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이라는게 있으니까 


그걸 얘기했더니 선월이 펄쩍 뛰며 그런 소리 하지말라고

총총걸음으로 가버리더라. 


궁금해졌어 선월의 과거 그리고 현재 그 박수무당의 삶이.. 그에게 물었어 


선월! 무속인의 삶이란 어떤거야?


느린걸음으로 걷더니 그는 얘기했어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다만 벼랑 끝까지 몰려서 더 이상 견딜수가 없을때

죽는 것과 바꾼 삶이랄까 
죽기 아니면 신내림 둘중 하나였으니까

나만 아프면 되는데.. 내가 꼼짝하지 않으면 내 주위 사람들이 다쳐 
그렇게 동요를 이끌어내는거야 굴복 할수있도록' 


난 좀 부끄러워졌어.

난 이렇게 아줌마와 딸 선월 등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고 있는데도 
그것과 마주칠때면 고통이 끝날수있게 죽게해달라 기도했는데

선월은 그 어린 나이에 도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친어머니가 직접 장군 할머니에게 보낼 정도였으니

그 상처가 이루 말 할수있었을까 


나 같은건 감히 말도 꺼낼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선월은 그때의 선택에 더 이상 후회는 없다며

지금은 예쁜 선녀님과 같이 사니 더 좋다고 했어. 

선월에게 여자친구는 없었냐니까


무속인은 평생 혼자 살아야해 일종의 계약 같은거거든
내가 신령님과 쭉 같이 살기로 했으니까 바람피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무당인데도 행실이 천하고 기도도

주기적으로 드리지 않으면 영이 탁해져서 무당의 제 구실을 못하고

몸도 마음도 망가지게 된다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무당이 많이 없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영이 탁해 제대로 볼 줄도 모르면서

나처럼 원귀나 잡귀같은게 붙은 사람에게 구명의식을 해야함에도

신령으로 둔갑시켜 내림 굿을 종용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내림굿도 아니고

상차림만 해서 북만 두드리니 온천지 잡귀가 다 붙어서

또 다른 선무당을 만들어내니 신어매도 제자도 다 하나같이

돈에 눈먼 사이비가 되는거라며 열변을 토했어. 


그런 얘기를 쭉 듣다보니 좀 무서워졌다.

내가 만약 계속 우리 집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됬을까. 
분명 목사님의 안수기도 같은걸로 사탄을 내쫒는다며

어디 산속에서 감금 당하거나 (할머니의 교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아님 아줌마와 선월처럼 좋은 사람들을 못만나게 되서 선무당이 됬거나... 

선월이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우린 전생에 분명 인연이였을거야

내가 분명 선월과 아줌마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을거라고

그걸 갚기 위해 억겁의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야.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설명 할수없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니

그 말이 일리도 있다고 생각됬어. 


선월에게 그럼 내 인생도 점 쳐줄수 있냐고 물었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넌 아직 어리니까 그럴 필요없어


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말야 돈 많아? 내 복채는 비싼데


하길래 


내가 돈이 어딨어!


하니 


그럼 더더욱 안되겠네~


하고 농을 치더니 깔깔 웃으면서 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래 맞아.

선월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평범한 학생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집에 오니 아줌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어.

통화가 끝나고 우릴 불러 앉혀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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