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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이야기

[공포]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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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아니 박순자가 울고 있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박순자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순자가 꺼이꺼이 울자 노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줌마의 조상신이 이야기 하는 것이였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쿡쿡 찔릴 정도로 기가 세다고 해야 하나

말에도 짓누르는 무게가 있었다.

너는 어찌 이 아이의 몸 안에서 해괴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냐


묻자. 


박순자는 울음을 멈추고 꺽꺽 대는 매이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이야기 했다. 


제가 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럴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아줌마는 더 큰 목소리로 호되게 호통을 쳤다. 


무슨 이유로 어쩔수 없었다는 것이냐

아무렴 어떤 이유로든 네가 이 아이의 몸속에서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거냐


라고 묻자.

박순자는 말을 머뭇거렸다. 


아줌마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세웠고 


박순자는


더 이상은 안돼!


라고 큰소리로 소리를 질르며 나동그라졌다. 


나 역시 같이 나동그라졌기 때문에 몸에 둔탁한 충격이 났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듯 몸이 찌르르 거렸는데

순간 전날 밤과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넘어진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 몸에서 내가 튕겨져 나왔다.


어 하고 내 몸으로 가려고 하자

뭔가에 부딪히듯 막히는 느낌이였는데

갑자기 제자 아줌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멀리 안떨어지기 위해 손을 잡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내 몸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순간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같은게 너울거렸는데

그것이 갑자기 공중으로 쫙 뻗는것이 보였다. 


당황한 나는 뒤로 몇 발자국 사뿐 날아 피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도 그 검은 아우라도 보이지 않는가 싶었다.


아줌마만이 눈빛이 달라졌는데 순간 내 손이 내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이 보였다.


주위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쩔줄을 몰랐는데 
할수있는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선월이 내 몸으로 다가가 억지로 목에 있는 손을 때려고 다가갔는데

내 몸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선월을 밀쳐내서 나동그라졌다.


안되겠는지 아줌마가 내 몸을 버드나무로 쎄게 후려치니
잠시 비틀거리며 손이 풀리기에 나는 내 몸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몸으로 다가서자 마자 빨려 들어가듯 몸에 들어갔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떴을때는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아줌마도 지쳤었는지 제자 아줌마와 선월이 부축하고 있었고

내 옆에는 장군 할머니가 계셨다.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할머니가 건내준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 끝난것이냐 물었다.


장군 할머니는 말이 없었고

깨어난 나에게 선월이 다가오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기운이 다 빠졌으면 두놈 보내고 다음에 할 것이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거느냐고 난리를 쳤다. 


까딱하면 나도 죽고 아줌마도 죽을뻔 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쫄아있을 뿐이였다.


그날 의식은 일단락 된듯 하여 파 하는 분위기였는데

다들 얼굴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선월에게 물어보았으나

선월도 대답을 하지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좀 쉬라는 말만 하고는

선월이 날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고


제자 아줌마가 내가 자리에 눕자 따듯한 차를 한잔 내왔는데

너무 써서 먹지를 못하고 뱉어내자 다 먹어야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 거리며 억지로 들이키라 했다.


나는 오만상을 쓰며 그것을 다 마시곤 쓴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하나둘씩 집안으로 들어왔다.


도와주시는 분들만 밖에 남아 이것저것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안에 누워 거실에 모인 아줌마와 선월 장군 할머니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는데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제자 아줌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있으라는 제스춰만 취하고는 거실로 나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선월의 말 소리가 들렸다.


"보통 어려운게 아닌것 같네요"


장군 할머니는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걸 괜히 건들여놔서 이 사단이 난것 아니냐 못난 년아"


라고 이야기 했다.


아줌마는 말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선월은 장군 할머니에게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냐고 조곤조곤 물었고 
장군 할머니는 쨍 하는 말투로


"어쩌긴 뭘 어째 이판사판으로 가야지 달래긴 글렀다!"


라고 소리쳤다.


다시 거실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고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레주 나와보거라"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벌떡 일어나 나가니 아줌마가 앉으라는듯 방바닥을 톡톡 쳤다.

나는 선월 옆에 앉아 어찌된 일이냐 물었다.
아줌마는 미안하다며 자신이 일을 좀 어렵게 만든것 같다며

빠른 기일내에 다시 일을 치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정신을 잃었을때의 일을 말해주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나서 내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는데
눕자 마자 아줌마가 내 몸을 발로 밟고 박순자를 불러내었더니
나오라는 박순자는 안나오고 그것이 튀어나와서는

가래끓는 소리로 발을 치우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줌마는 더욱 더 힘을 주고 내 몸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쳤더니

그것이 분에 몬이겼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아줌마를 밀치고 목을 조르더니 아줌마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일거라며

온 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는데
기운이 빠진 아줌마가 그걸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내 몸을 졸랐던 손은 그것이였다.


박순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는지 그것이 튀어나온것 같았다고 했다.
아줌마의 한방에 세가 조금 꺾이는 찰나에 내가 들어와서

그나마 힘이 약해진 것이여서 그틈에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보통 녹록치 않은 것이여서 역습을 당한 것이라고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강한 원귀라고 했다.


아줌마가 체력이 딸린 상태라 더 그랬던 것이라고 본인 잘못이라고 하며

말을 더 잇지 못하시길래 아줌마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도 예상치 못하게 몸에서 튕겨나가고 어쩔줄을 몰랐다고
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수가 없었는데

아줌마 덕에 다시 들어간 것이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하자고 이야기 하니 아줌마가 생긋 웃었다.


스레주 참 많이 강해졌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일내에 다시 일을 치룰거니 그때까지 수련을 더 하시겠다고 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장군 할머니가 입을 떼셨다.


스레주 너는 내일부터 밥 많이 먹고 정신 좀 똑바로 챙기라며

그렇게 몸에서 자꾸 떨어져 나갔다간 두번 다시 못들어 온다며

니 몸을 니가 나가서야 되겠느냐 라고 호통을 치셨다.


나는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쭈그러져 있으니
아줌마에게 너는 내일부터 나하고 산에 좀 가서 기도 좀 더 하고 와야겠다 하고
선월에겐 아줌마가 없는동안 나를 잘 보살피라고 하셨다.


선월은 말없이 엷은 미소로 대답을 했고 장군할머니는 다시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일에 좀 끼어야겠다며

한심한 것들끼리 놔두니 뭔 일이 되겠냐며 혀를 쯧쯧 차셨다.


아줌마와 선월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고
뭘 그리 쳐다보냐며 소리를 빽하고 지르니 제자 아줌마만 빙긋이 웃을 뿐이였다.


장군 할머니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방에 들어가 버리고 아줌마도 씻으러 가셨다.


선월은 나에게 방에 들어가자며 일으켜 세우더니

자리에 눕히고는 내가 잘때까지 곁을 지켰다.

잠이 잘 들지 않아 뒤척거리는데 선월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선월에게 내가 왜 몸에서 튕겨져나가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안튕겨져 나가는지 물었다.


나는 특수한 경우라 그런데

영가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서 자꾸 그러는거라고 했다.


게다가 그것이 내 기를 빨아 세가 아주 큰놈이라

어찌보면 니 몸이 니 전부의 소유가 아니라며


아까처럼 의식중에 영가가 튀어나올 때

내 세력이 가장 약해지는데 그때 자신을 놓게 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하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박순자가 나왔을때 내가 문득

박순자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두자 하고 맘을 놓고 있었던게 생각이 났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방심하고 있던게 잘못인거 같았다.


박순자가 폭주했을때 그것이 튀어나오면서

내가 튕겨져 나갔을거라고 추측했지만
선월에겐 그냥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다.


말하면 왠지 좋은 소리 못 들을 것 같아서였다.


다음부턴 어떻게든 정신 차리고 있어야지 하는 다짐 뿐이였다.


선월은 그런 날 보며 나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느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어서 자라며 이불을 발끝까지 덮어주며 뒤돌아 눕길래

선월의 너른 등을 보고있자니 뭔가 안도가 되서 잠이 스르륵 들었다.

너무 힘든 하루였었는지 기절한 것처럼 어떻게 잤는지를 모를 정도였다.


아줌마와 할머니 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산에 가셨고

남겨진 우리 넷은 무료하게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스텐샷시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나오셨다.


세수를 하러 마당 수돗가에 나오신듯 해서

오빤 뭐하냐고 물으니 어제 후유증이 컸는지

아직도 누워있다고 해 걱정이 살짝 들었지.


방 문을 열어 오빠를 나지막히 부르니 돌리고 있던 등이

움찔하는게 보이길래 안자면 잠깐 나오라 하니 부스스 일어났다. 

근처 약수터가 있다고 하기에 그곳으로 물을 뜨러

걸어가자 하고 오빠를 데리고 굿당을 나섰다.


오빤 얼굴이 영 초췌하고 푸석했다.


반신반의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서 쇼크가 컸나 보더라.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영가가 되어 내 몸에서 튀어나오고

나를 상처 입혔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악몽이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먼저 오빠에게 말을 걸어

그 마음을 좀 풀어줄까 생각이 들었는데

오빠가 먼저 이야기를 건냈다.

쭈삣쭈삣한 말투로


"너 참 많이 힘들겠다 생각했어."


하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별로 안힘들다


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빠의 엄마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오빠의 표정이 더 좋지 않아졌다.


나는 그런 오빠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제 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오빠와 아저씨를 보며

그리 슬피 우는데 내 마음이 다 아플 정도였다고

분명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테니 실마리가 풀릴때까지는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건 조금 기다려보자 했다.


오빠는 나를 힐끗 보더니 어린 아이답지 않다며

자신보다 더 누나 같은 말만 골라 한다고 했다.

원래 내 불우한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걸 꺼려했지만

왠지 오빠한테는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지난 이야기를 쭉 해줬는데

오빠의 얼굴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듯 했다.


얘기가 길어져서 인지 우리는 약수터는 온 데 간 데 없이

엄청 외딴곳으로 걸어갔는데 작은 돌무리가 보였어.


그건 동네 주민들이 해놓은 건진 모르겠지만

소원을 빌때 쓰는 돌무더기 탑이였다.


나는 너른 돌과 작은 돌들을 집어 하나둘씩 쌓기 시작했고

오빠도 그런 나를 보면 따라했다.


둘이 작은 탑을 하나씩 만들어 조용히 기도했다.


나는 어서 이 모든 악몽이 끝나길 기도하곤

마지막 작은 돌을 하나 올리고 뒤돌아섰는데 오빠가 말했다.


무슨 소원 빌었냐고 묻길래 난


비밀


이라며 웃었고


오빠는 그런 내 뒤에 대고 이야기했어.


"난 너와 우리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1주일 남짓 지나서 아줌마 일행이 돌아왔다.


난 그동안 그 무엇에게도 시달리지 않았고

장군할머니 말대로 밥도 잘먹고 산에도 다니며 체력을 키웠다.


그 며칠 사이에 뭔 장족의 발전이겠냐만은 그땐 그런듯 했다.

오빠와도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는데 남매처럼 잘 지내서

아저씨와 선월이 꼭 친남매 같다며 흐뭇해 하셨던거 같다.


돌아온 아줌마도 장군할머니도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이

그 호랑이 같던 장군할머니가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정분이 나려고

저 지랄들이라며 훈계조의 농담을 던지시기도 하고 그 덕에 다들

언제 딱딱하게 인사치례만 했던 사이였냐는듯 하하호호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짐 풀세도 없이 우리를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실게 있다며 말씀하셨다.


아줌마는 3일 후부터 다시 식을 진행할 것인데

이번에는 천도굿이 아닌 퇴마굿을 할 것이라고 하셨다.


강도도 쎄고 엄청 힘든 의식이라 내가 제일 힘들거라고 걱정했다.


나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가늠할 수 없었기에
힘내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지만

왠지 무서운건 어쩔수 없었는지 손에 땀이 흘렀다.


장군 할머니는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식을 진행하는 내내 집중하라고 당부하셨고

행여 내가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할 때를 대비하여

선월과 제자 아줌마에게 나를 챙길 것을 신신당부 하셨다.


선월은 웃음기가 쫙 빠진 얼굴로 그러겠노라 했고

오빠와 아저씨는 본인들이 할 일이 없겠냐고 물으니
그냥 잡다한 일이나 도우라며 심드렁하게 말하시곤 내일부턴 바빠질테니 
다들 오늘은 푹 쉬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때부터 긴장이 많이 됬는지 마른 침이 다 삼켜지는데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걱정말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선월은 뭔갈 준비할게 있다며 종로에 좀 갔다 오겠다고 하기에
나랑 오빠는 나도 가겠노라 서로 이야기 했는데

선월은 그냥 여기 있으라며 나갈 채비를 했다.


풀이 죽어서 나와 오빠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난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박순자가 나왔다.


박순자의 몰골은 흉하기 그지없었는데

다급한듯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서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손짓으로 마당을 가르켰다.


마당에는 큰 돼지가 한마리 있었는데 그걸 죽이라는 뜻 같았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꿈에서 깼고 밖은 아주 깜깜한 것이 저녁때가 된듯했다.

방 문을 열어보니 선월이 짐을 분주히 풀고 있었다.

부적을 쓰는 노란 종이에 연지같은 염료 등 잡다한 것이 쏟아져 나와서

이게 뭐냐 물으니 내일 필요한 것이라고만 했다.


난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는걸 그만두고

선월에게 박순자 꿈을 꿨다며 꿈 얘기를 쭉 하니 선월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선월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난듯 장군 할머니의 방으로 가서
두분이서 한참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선월은 아줌마가 있는 방으로 또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질 않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방 문에 귀를 갔다 댔는데 그때 선월이 나왔다.


부적을 써야 되니 방해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그럼 내 방으로 들어가 쓰라고 하곤 오빠 방으로 들어가서

아저씨와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새벽쯤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서 선월이 굿당 이곳저곳에 새끼줄을 치고 땅 몇군데에 못을 박았다.


못엔 노란 종이가 감겨있엇는데 부적인듯 했다.

선월은 못을 박은 주위에서 잠시 서성이며 뭔갈 중얼중얼했고

또 다른 곳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장군 할머니가 나와 그걸 보더니 일이 다 끝나는 대로

연락해 두었으니 가서 가지고 오라 하였다.


선월은 대충 말하는 장군 할머니의 말씀도 콩떡같이 알아들었는

 짧게 네 하고는 여전히 분주했다.


장군 할머니는 나에게 그러고 서있지말고 방에 들어오라 하셨다.

할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뭔갈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어주셨는데

가느다랗고 빨간 새끼줄이였다.


손을 내라 하시더니 새끼줄을 새끼손가락 끝에 돌돌 감아

매듭을 묶고는 절대 빼지 말라고 하셨다.


식중에 내가 잘못됬을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하시며 나가보라고 했다.

다시 나가보니 할머니의 심부름을 갔는지 선월이 없었다.

선월이 박은 못 주변으로 살그머니 가서 뭔지 보려고 손을 가져다 댔는데

손을 대는 순간 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라 앉은채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장치도 없었는데 감전이라도 되듯

뜨겁고 쩌릿한 충격때문에 얼얼한 것이 전기 충격기가 그런 느낌인가 했다.


겁이 나서 그 근처는 갈 엄두를 더 이상 못냈는데 마침 오빠가 나와서 뭘 하냐 물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고 오빠는


그럼 나도 한번 볼까?


하며 다가가기에 


만류를 해도 겁 없이 손을 댔다.


내가 더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게 뭐?


하며 유유히 걸어갔다.


오빠에겐 아무런 충격이 없었던것 같은거 보니 
나에게만 적용되는 듯 싶었다.


아니 내 안의 것들에게 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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