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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이야기

[공포]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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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할수있는 구명 의식은 퇴마 굿 같은거라

고명한 스님들이 하는 것과는 틀리다 했어. 

뭐라고 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할수있는건 일단 영가를 불러내 원하는걸 해주고

좋은 곳으로 가길 구슬리던지 자꾸 버티고 못살게 굴면

신령님들 힘 좀 빌어서 강제로 내보내는 수 밖에 없는데 
후자 같은 경우 내가 입는 데미지도 크고 쫒아냈다 싶다가도

잠깐 피해있다 다시와서 더 악랄하게 괴롭힐수도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전자 쪽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이것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그냥 통째로 나를 먹겠다는 심뽀라

만에 하나 수가 틀리면 강제로 쫒아내야 하니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할거라고. 


얘기가 끝나고 목이 말라 거실로 다시 나가려는데

아까 같은 상황이 또 생겨났다. 


방 밖으로 나가는걸 누가 막기라도 하는듯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서 속이 답답하고 타는것 같이 괴로워서 뒹구는데 
순간 내 몸이 내것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오감이 다 닫힌것처럼 눈도 귀도 느낄수 있는 감각이

전부 전원을 갑자기 끈 것마냥 다 꺼져버린 듯한? 
내가 내 몸에서 갇혀버린듯 했다.


단지 내 의식만이 깨어있는것 같은 이상한 경험이였지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의식만 붙잡고 두려움에 떨길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것 같은데 갑자기 전원이 탁 켜졌고 
난 방에 누워있더라고 혼이 쏙 빠진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부자연스러운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였다. 


선월과 아줌마는 내 눈을 빤히 보더니 한시름 놨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어. 

후에 두분이 하는 얘기를 듣고 난 경악했다.

내가 암흑 속에 갇혀있었을땐 내 몸을 그것이 대신 쓰고 있었다고 말야. 


내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고꾸라진후 나를 부축하려 아줌마가 오자

엎어진 상태에서 눈만 굴려 아줌마를 쏘아보더라고

그륵그륵 가래 끓는듯한 소리를 내며 계속 치우라는 악다구니만 쓰는데 

누가봐도 그 존재는 내가 아니라는걸 알수있었다고 해


아무도 내 몸을 누르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뭔가에 눌려있는듯 버둥대는게 그것이 속박 당하고 있다는거 
그건 부적의 영향이 크다는걸 두분은 당연히 알수밖에 없었을테니까. 

선월이 다가가서 그것에게 물었다고 해


무슨 원한으로 어린 애 몸에 붙어 패악질을 하는건지 
더 이상 발악하면 천도는 커녕 구천을 떠도는 짓도 못하게 멸해 버릴거라며


엄포를 놓자 그것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며 혼자 좋게 가지는 않을거니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


라며 깔깔 웃더란다. 
그리고는 이내 몸이 늘어졌고 그제서 내 의식이 돌아온거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온 몸이 덜덜 떨렸어. 


그것이 내 몸에 상주하고 있다는것도 소름끼치는 일인데

그것이 지배할때는 내 몸을 불쾌하게도 내 의지대로 할수없다는 것이..

이미 한번 겪은 그 암흑상태가 너무 충격적이였기에 두번 다시 겪고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 코마상태에 가깝다고 하는게 맞는것 같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식물인간들이 나같은 상황을

깨어날때까지 지속적으로 겪고있는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잠깐이였지만 너무 끔찍했어 
아무튼 내 생활이 지극히 정상도 아니였지만

더 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됬으니 
다급한 마음로 아줌마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두분에게 도움을 청한건 처음이였다.

난 그정도로 간절했어. 


그동안은 괴롭힘 당할때마다 죽고만 싶었는데

내가 죽은 후에도 괴로울 삶이던지 영혼도 없는 존재가 될바에는 
살아서 하는데까지 해보자 다짐했었다.


그리고 선월이나 아줌마의 삶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행복한 처지였으니까.. 


선월은 그런 날보고 멋지게 웃어주었어.

아줌마나 나도 마찬가지로 기가 넘쳤지 
난 그들로 인해 많이 변해가고 강해져가고 있었으니까.

그건 나뿐만 아니라 그 둘도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 


아줌마는 하루빨리 의식준비를 하는게 낫다며

선월에게 이것저것을 말해주었는데 한참을 듣던 선월이 
자기는 나와 따로 할 일이 있으니 굿판은 장군할머니랑 같이 준비 좀 하라고 했다. 


아줌마가 이유를 묻자 나와 같이 서울에 좀 가야 하겠다고 했어. 
이왕이면 연관인들을 만나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니

아줌마도 공감하는듯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도 그곳에 가면 뭔가 자세한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거야. 
하는데까지 해보자며 선월이 싱긋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안도가 됬어. 셋이라면 무엇도 겁나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 제일 먼저 엄마의 지인을 만나러 갔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건 같이 일하던 아줌마라 어렸을때부터

엄마 외근 따라 다니고 해서 얼굴도 익숙하고 회사나 직함도 잘알고 있기에 
도착 하자마자 바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의 일과 내 처한 상황을 얘기하는데 처음에 엄마 일로

눈물바람이더니 후에 내 상황은 비웃었어.


그 아줌마도 교회 권사였거든. 


물론 쉽게 믿어주지 않을것 같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기분 나쁘고 화가 나는건 어쩔수 없더라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선월에게도 어린 나를 꼬여내서

이상한 일 벌인다고 뭐라고 하며 정 힘들면 자기가 목사님께 알아보겠다는둥

비아냥 거리며 헛소리를 자꾸해서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내 처한 상황 되보지 않고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라고

그리고 나한테 붙어있는 그것 분명히 아줌마 동생일꺼라고 

꺼내줄테니 얘기 좀 해볼라냐며

당신 동생 이름 박순자 아들 하나 남편 세식구 아니냐며 소릴 지르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엄마땜에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보고 정신병원에 가보는게 낫겠다고 했다. 


그리고 선월에게 이 책임 꼭 지게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는

아빠한테 연락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길래
뭔가 이상하게 된것 같아 당황했다.


순간 뇌리를 스친건 두사람의 이름이였어 


그 아줌마 성씨랑 그것의 성씨랑 다른게 아닌가

아주 간단하게 찾을수 있는 일이였음에도 당연히 장롱을 
그 아줌마가 동생꺼라 얘기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다. 


내가 어버버 거리며 어찌할지 모르니까 선월이 대신 입을 뗏다.

믿든 안믿든 이 아이가 위험에 처한건 사실이고 
우리는 그걸 막으려 노력하는것 뿐이니

도움이 될게 아니면 그걸 막지만은 막아달라고 말을 했다. 


아줌마는 그래도 요지부동으로 아버지를 찾니 경찰에 신고를 하니 하며

말이 안통하길래 난 어쩔수 없이 아빠의 끔찍한 체벌 상식 밖의 행동

자식은 짐덩어리로 생각하는 부성애 제로의 모습을 비참하게도 
이야기 할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얘기를 들은 아줌마도 말이 없었고 선월은 숨소리조차 내질 않았다. 

어짜피 이젠 나 혼자의 몸이고 이제와서 부모를 원망할 마음도 없으니

나에게 벌어진 일은 내 스스로 처리해 나가겠다고 했어.


아빠도 친가도 내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으니까

그냥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했다. 


오늘의 무례는 용서해달라 사과하고는 그 자리를 일어났다.

아줌마는 어디로 갈꺼냐 묻길래 대구에 아줌마 댁으로 간다고 하곤

선월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때로는 무관심이 도움이 될수 있는거라며 
내가 아줌마를 원망할 일은 안하시길 바란다고 꾸벅 인사하곤 나왔다.


그녀는 어린 애가 너무 당돌해서인지

기도 안찬다는 표정으로 내 모습을 지켜 볼 뿐이였다


우리는 그곳을 떠나 그전 내가 살던 반지하 방으로 갔다.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었고 

집 살림 하나없이 이사 갔다는 얘기만 들어서

장농의 행방은 영원히 알지도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돌아와야 했고 그 얘길 들은 아줌마는

강경책으로 가자며 준비 되는데로 식을 하자고 했다.


어짜피 내가 매개니 굿 장소는 상관없다 했어. 
한가닥 잡고 있던 실마리마저 없어져서 괜히 의욕이 떨어지고 침울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무 도움이 못됬기 때문에 뭘 돕고 할 처지가 아니라서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굿 준비가 쉬운 일은 아니였던것 같았다.


시골에 계신 장군 할머니의 스케줄을 맞춰야 했고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아서 바쁜 와중에도 나는 자주 헛소리를 하고 기절하고 
몇번씩이나 그 끔찍한 경험을 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월이 손님이 올거라고 했어 
만났던 아줌마의 지인이라 했고 마침 이쪽으로 출장 올 일이 있어서

나와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 더라고 


아마도 그 장롱에 관한 일인듯 했는데

그걸 미끼로 아빠가 올 가능성도 있었어. 


선월은 현명했기 때문에 약속장소를 연고 없는 곳으로 잡았으니

아줌마에게 해가 될 일은 없을거라며 날 안심시켰다.


우리 아버지란 작자는 분명히 나를 빌미로

아줌마나 선월에게 돈을 뜯어낼수 있을 정도의 
악랄한 인간이였으니까 걱정이 안될수가 없었다.


그딴 일로 이제껏 입은 은혜 갚지는 못할 망정 피해는 주기 싫었다. 
며칠후에 그 사람을 만나러 선월과 나갔다 약속한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인사를 나눴는데 순간 입에서 헉소리가 났다.


분명 그날 꿈에 나왔던 박순자의 남편이였다. 

꿈에서 본 것 보다 많이 마르고 수염이 거칠어 그런지

더 늙어 보였지만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그 남자를 보니 가슴 한켠에서 요동치는 느낌 같은게

들었는데 난 아무렇지 않은듯 있었어. 


우린 한참 말 없이 앉아 있었고 남자가 가까스로 입을 뗀건

내 나이를 묻는 것이였는데 난 얼른 대답해 내곤 
단도직입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당신의 아내의 이름이 박순자고 다 큰 아들이 하나 있지않냐


라고 하니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렵게 입을 열어 맞다고 대답하더니 나보고 무당이냐고 물었다. 


난 아니라고 무속인은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이고

아무래도 그 사건에 필요한 일들이라 자꾸 행방을 찾고 있었던거니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얘기했다.


남자가 천천히 지난 날 일들을 이야기 했다. 


본인과 박순자 그리고 다 큰 아들 하나 이렇게 세사람이였는데

젊어서 엄청 고생해서 어렵사리 집 장만을 했고 
그때 몸도 마음도 집안살림도 모두 다 새것으로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너무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때 산 장롱이 내가 아는 그 장롱이냐 묻자

남자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장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했어.

일단 그 아줌마의 동생이 가져간 장롱은 남자의 소유였고 
우리집까지 치면 총 세번째인거지.


앞서 말했듯이 그 장농은 새 살림을 장만 한거면서

새로 산거였고 얼마안되 박순자가 죽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족들은 망가지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젊은 아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자며 하나하나 정리를 시작했다고 해. 


그러던중 새로 산 장롱을 버리자 말자 옥신각신 했는데

태우기에는 도심에서 그러기에 쉽지가 않았고 
새거인데 그냥 버리기도 좀 그래서 팔자고 결정이 났었는데

생활정보지에 내놔도 이상하게 물건보러 와서는 
새거인데다 가격이 싼데도 사람들이 그냥 가서 이상했다고..


그러던중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중 하나가 와이프가 지병으로 고생하는데 변변찮은 살림 하나 못해줬다며

푸념하자 좋은 일이라도 하자 싶어 그 장롱을 주겠다고 했어.


후배는 고맙다고 술값 계산 하는걸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얼마후 트럭을 가지고 와서 가져갔다고


연신 새거고 너무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 와이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남자는 장롱에 귀신이라도 붙었나 할 정도로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녔다고 했다.

왠지 그래서 장례식도 안가고 부주만 전달했다고 해.

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그간 잊고있었는데 장롱을 가져간 후배가

술 한잔 하자고 하여 나간 자리서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고


후배의 처형 즉 엄마의 지인인 그 아줌마가 내 얘기를 우스갯삼아 했는데 
가족들과는 다르게 기독교를 믿지않던 후배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고 
내가 말한 가족관계며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생각하던중

선배가 떠올랐다며 돌아가신 형수님 이름이 박순자 아니냐 하며

나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듣자마자 가슴이 쿵 내려 앉는것 같았다 한다. 


그래도 남일이니 크게 신경 안쓰고 싶었지만

잠을 자도 일을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나고 정말 아내의 영가가 애꿎은 아이의

장래까지 망친다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거라고 생각이 되서 
여간 찝찝한게 아니였다고 했다.


나도 나지만 아내가 편하게 저승으로 간것도 아니고

무슨 원한으로 구천을 떠도는지 그게 사실인건지도 왜인지도 알고싶고 해서

이렇게 연락했다며 도울수 있는 일은 다 돕겠다고 했어. 
대신 아내를 꼭 만날수있게 해달라며.. 

나는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이며 그것과의 첫만남. 


그리고 며칠 전의 일까지 한참을 설명하자 남자는 어쩔줄 몰랐다.

아내를 잃고 초라해진 중년 아저씨의 모습은 

왠지 작아보였는데 내 얘기를 듣곤 더욱 그 어깨가 움츠러든것 같았다. 


열쇠고리 얘기가 나온순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유골함에 넣으려고 그렇게 찾아도 없던게 내 손에 있었다는게 
신기했고 그것때문에 내가 괴롭힘을 당했을거라는 추정에 또 한번 놀랐다. 

가구가 들여지고 그날 파티를 할때 아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준 선물이라 애지중지 닳는다고 잘 모셔뒀다고 했는데 
며칠 안되 그렇게 가버렸다며 끝내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나와 선월은 그 모습을 보며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듯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길래 


이렇게 된 이상 굿판은 그쪽 집에서 하는게 맞다


선월이 말했고


남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일정이 잡히면 연락 달라고 하고 악수를 청했다.

아저씨의 푸근한 얼굴로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라고 대신 사과했다. 
사과를 받는것도 굉장히 뻘쭘한 상황이라 그냥 인사만 꾸벅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니 아줌마가 활짝 웃으며 잘되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인연과 과거의 업은 어떻게든 얽혀있어서 필연을 만들어 내는것 같다고

생각치도 않은 의외의 수확에 선월에게 엄청 칭찬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장군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말씀드린 아줌마

 한참을 네네 거리더니 수일내로 올라오시라는 말을 하곤 끊었다.

아주머니 첫 굿이니 신어머니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계속 시간이 맞길 기다렸는데 날짜가 정해졌다고

오시기 전에 준비를 다 해놓자 했다. 

가닥이 잡히니 일은 일사천리로 쉬웠다.

굿판 날이 정해지고 선월은 그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자세한 얘기를 하고 채비를 하라고 했다.


일주일후 선월과 나는 전날 미리 그곳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그 집으로 갔다. 
연신내 역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동네였는데

이상하게도 늘 가던 길인냥 자연스럽게 그 집까지 해메지도 않고 가더라. 


도착하니 집엔 아들이 있었는데 대학생쯤 되 보였다 


꿈에서는 이목구비가 약간 흐리게 나오긴 했지만 

그 집 아버지처럼 한눈에 알아보게 되었어. 
보자마자 맘이 뭉클해 졌다. 

그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닌듯 했어.

뭐랄까 얼굴을 빤히 보는순간 애잔함? 

가엾은 그런 감정들이 뒤죽박죽 되면서 

어 뭐지? 하는순간 울어버렸달까.


나도 그 오빠도 많이 당황했어 그렇게 말없이 서있었는데
선월은 그런 우릴 안중에도 없이 이방 저방을 다니면서 뭔갈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새집 장만을 했다 들었더니 집이 지은지 얼마 안된 빌라라서

깨끗하니 좋았는데 확실히 남자들만 살아서 그런지 공기가 매캐했어


근데 그 매캐함은 단순히 홀아비 냄새로 다가 아니였나 보더라. 
선월은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로 이곳 저곳을 응시 했는데

그때마다 어깨와 목이 들썩거리며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런 모습이 기분 나빴는지 그 집 아들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선월이 뭐하는 사람이냐 고 묻길래 

무속인이라고 했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럼 저 행동은 무어냐고 또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좋지않은게 있어 그런것 같다고 했더니

콧방귀를 뀌며 나지막히 비웃었다. 


그런 상황이 불쾌할거란거 이해는 가지만

지금 이게 누구 때문인데 하고 울컥했다.


물론 그 오빠의 잘못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너희 엄마 때문인데 라고 계속 소리 지르고 있었어. 


잠시후 선월이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왔다.

내가 왜 그러냐 묻자 대답않고 서있더니 아저씨가 오면

이야기 좀 나눠봐야 겠다고 했어.


난 뭔가 불쾌한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방에 짐을 놓으려 들어가자마자 등골이 서늘한걸 느꼈다. 
말이 안방이지 작은 티브이 하나 어수선한 패턴의 싱글 침대 하나가 다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삭막하고 기분이 좀 그랬다. 

방을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내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겁에 질렸는데


머릿속에선 계속 도망가야 된다


라는 단어 같은게 머리를 휘젓는것 같았는데 너무 혼란스러웠어.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꼿꼿해지더니

누가 내 머리를 세게 치는듯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내 의식조차도 없었는데 깨어나보니

선월이 내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그 아저씨도 와있었다. 


아저씨의 아들인 그 오빠는 내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내 눈을 피하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아저씨도 선월도 썩 좋은 얼굴은 아니였다.


난 직감적으로 그것이 또 나와서 난리를 쳤겠구나 했는데 
한가지 의아한건 그것은 지네 집인데도 해괴한 짓을 하나 싶고 이해가 안갔다. 


선월에게 무슨 일이냐 묻자 아저씨가 대신 입을 열었는데

선월은 됐다며 아저씨 말을 가로막았고 나에게 그저 쉬라고 하고선

두분이서 할 얘기가 있는지 같이 밖으로 나가드라. 


기분이 더러운건 난데 그 기분 나쁜 눈초리를 보이던 그 오빠가 굉장히 불쾌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방에서 나갔어.

내가 화장실 문을 열때쯤 기다렸다는듯이 오빠 방의 문이 열렸고 눈이 마주쳤다. 
굉장히 경계하는 기분 나쁜 눈초리에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괜한 분란 일으키기 싫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어.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를 불러 세웠다.

왜 그러냐고 묻자 다짜고짜 정체가 뭐냐고 물었어. 


정체가 뭐겠냐고 사람이지 하며 피식 웃고 지나치려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막말을 하기 시작했어. 


자기 엄마 팔아서 등을 처먹는다나 뭐라나

그거 말고도 뭔가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나도 내가 사기꾼이였으면 차라리 좋겠다며 화를 냈어. 
니가 1분이라도 내 몸에 들어와 있어 봤으면 그딴 말 못할거라고

나도 같이 쏘아붙이며 해서는 안될 말을 했어. 


어짜피 니 에미도 곧 있음 이승에서 못 볼텐데 지금 실컷 봐두라며

악다구니를 쓰니까 뺨이 철썩 하더니 불이 붙었어. 
난 오빠를 노려봤고 그 오빠도 날 노려본채로 한참을 서있었다. 


소란에 아저씨와 선월이 밖에서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고

우리 둘의 상황을 보더니 선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리는 아저씨를 밀어붙이며 오빠가 말했다.

저 사기꾼들이 우리 처지 이용해서 돈이나 뜯어낼 심산일거라고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냐고 막말을 하니까 아저씨가 오빠의 뺨을 후려쳤어.


버릇없이 구는것도 정도껏 하라며 
선월과 나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방문을 확 닫고 들어가 버리더라. 


나와 선월은 뻘쭘하게 서있었고 아저씨가 대신 굽신굽신 사과하고

오빠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


얼핏 들은 내용으로는

내가 아까 기억을 잃었을때의 일을 이야기 하는것 같았는데


엄마가 아니잖아!! 아니잖아!!


이런 소리를 들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선월은 마른 침만 삼킬 뿐이였지.

선월이 피곤할테니 방으로 들어가자 하길래 
나는 선월의 팔을 밀쳐내고 계속 안의 이야기를 엿들었어. 


내가 기억을 잃었을때 내 몸에 들어와 있던게 박순자가 아니라는 내용.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 


나는 선월을 말 없이 쳐다보았어.


선월은 난감하다는듯이 머리를 쓸어올렸는데 내가 이 이야기가 뭐냐 라고 묻자 
내일 아줌마 일행 오면 이야기 하자며 얘기가 길다고 했어.

지금 당장 이야기 하라고 화를 내니까 내일이면 다 알게될테니까

하루만 참아보라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 


선월이 내 이부자리와 자기 이부자리를 피더니 먼저 누워서 자버리더라. 
얘기 안해주려고 수 쓰는것 같아 이를 박박 갈고

내일 일어나서 보자 하고 나도 잠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일찍 우리는 아줌마 일행을 마중나갔다.

장군 할머니와 벙어리 중년 여자, 아줌마 셋이 차에서 내렸다. 


굿을 한다면서 왜 셋만 오는지 이상했다.

분명 그전에 얘기 하는걸 들었을때는 
북 쳐주고 꽹가리 쳐주는 아저씨들이랑 상차림 도우는 분들이랑

인원이 엄청 들어간다고 얘기 들었는데 온건 세분이 다니 궁금했어. 

장군 할머니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이였고 인사만 겨우 받아줄 뿐이였다.

아줌마가 어서 들어가자며 집으로 들어갔고 마지못해 인사하는 오빠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던 아저씨가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었어. 


나는 앉자마자 아줌마와 선월에게 빨리 숨기는걸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아줌마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였고 선월은 헛기침만 해댔지.


어제 일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모르는게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장군 할머니가 이제 이야기 해줘라 얼마 안남았으니 됐다. 이러더라고.. 
선월이 먼저 입을 열었어.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플러그가 나간듯 했다. 



8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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